*리커넥트 렌 루트 클리어 기념! 이번에도 리커넥트와 본편 네타가 가득합니다. 본편의 장면과 직결되므로 주의!
*폰으로 보시면 답답하실 수도... 꼭 컴으로 봐주세요....!
*쓰면서 계속 듣고 있던건 https://www.youtube.com/watch?v=47k18zg2Oy0 心做し(하나탕 버젼)입니다! 가사가 참 예쁜 노래예요.
*렌의 마음은 드래그하면 보입니다
나는 너의 이름이 아오바가 되기 전부터 너와 함께 있었다. 푸른 잎. 팔 뻗으면 닿을 듯 닿지 않는 모래사장에서 네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기 전부터.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네가 웃었을 때보다 오래 전. 나는 너와 함께 있었다. 너는 나를 '친구'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네가 나의 뿌리였고, 나는 너의.
너는, 나의…….
「렌!」
활짝 웃는 얼굴이 눈부셨다. 다른 이름을 부여받고, 떨어진 몸으로 살며,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린 자신은, 얼마나 안락하게 살아왔었는지.
[ 여기에 있다. ]
부르는 말에 대답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우스울 지 몰라도, 정말로 간절한, 그런 비밀같은 이야기.
ㅡ
감염되어 지글거리는 머릿속이 소란스러웠다. 잡음으로 몸 속이 가득 차서 제대로 버티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조리 잊은 게 아니라, 기억 위에 무언가 덧칠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깨끗하지 못하게 벗겨낸 껍질들이 이리저리 폴폴 날려가며 주변에 검은 얼룩을 남겼다. 치직, 하고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불씨가 날려 주위의 것을 태웠다. 아. 이것으로 아오바의 웃는 얼굴 하나에 흠이 났다. 보물처럼 생각하고 있던 거였는데.
삐, 삑삑. 또 한 번 에러음이 나며 이번엔 다른 쪽에 있는 장면이 흐려졌다. 아. 이것으로 아오바의 우는 얼굴이 하나 사라졌다. 비록 슬픈 순간이지만 아오바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순간이니, 내게도 보물같던 것이었는데.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걸려 찌직, 하고 찢기는 소리가 났다. 아. 이 것으로 아오바의 화내던 얼굴이 하나 사라졌다. 보물 하나가 사라졌다.
우웅. 하고 어딘가에 울리는 소리가 났다. 텅 빈 것안에 바람이 가득 차다 빠지는 것 같은 소리. 완벽하게 조여져 있던 나사들이 이상하게 가열되어 열 올랐다가 식어가는 소리. 아. 이것으로 아오바의, 소중하고 귀한 것. 언제나 함께 있었던 나의 본질. 나의,
아오바.
아오바가 사라져 가.
의미가 달라져 가. 보존하고 있던 것 들이 빠져나가. 반짝거리는 것이 빛을 잃어 가. 남은 것이 없어져 가. 손이 텅 비어 가. 나는 텅 비어 가. 나는 죽어 가. 나는 부서져 가. 나는 이상해져 가. 나는 변질되어 가. 나는 점차 훼손되어 가. 아오바.
사랑.
좋, 아하는.
세라가키, 아오바.
한때, 의, 내, 이름…….
아니, 너의 이름.
나, 였던,
아니 너의 이름.
나,
아오바. 아끼는,
반짝거리고,
나였어.
아.
이러면 안되는.
<에러가 발생합니다.>
<분석 할 수 없습니다.>
[ ……윽, 큭. ]
▶나는 아오바의 한 부분이다.
▶나는 아오바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나는 아오바를 지킨다. 아오바에게 필요하다.
치직.
▶아오바의 곁에 있는다.
삑, 삑삑.
▶아오바를 돕는다.
찌직.
▶아오바를 위한다.
…우우우웅.
▶나는,
▶아오바를,
▶좋아해.
<에러가 발생합니다.>
<분석 할 수 없습니다.>
<에러가 발생합니다.>
<분석 할 수 없습니다.>
<에러가ㅡ>
[ 용, 서, 해줘……. ]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잊어 버리고 싶었다. 찢겨진 너의 얼굴 앞에서, 나는 그리도 서러워 몸을 웅크렸다. 자신이 없으면 아오바는 제대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아오바를 위해서도 무너져선 안되는데. 필사적으로 살아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떠올리고 분석했다. 이것이 답이라며 감싸 안으려는 차에, 화면이 하나 떴다.
아오바가 누군가를 향해 웃고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울고, 화내고 있었다.
▶아오바에겐……이 마음이 필요하지 않아.
<분석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이 몸이, 조각조각 부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렇게 되면, 조금은 편해지겠지. 상냥한 너는 조금 울어주지 않을까…하고, 기대해버렸다.
그것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언제나 고마워.」
[ 나 야 말 로 ]
그것만이라도 내가 가질 수 있다면…….
용서해 줄 수 있어?
어째서인지 우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손으로 만지기 불편할 정도로 우둘투둘 돋아난 돌기의 무언가가 점점 딱딱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대로 점점 커지면, 말랑하고 부드러운 겉을 찢고 밖으로 나와버릴거라 생각했다. 아오바. 이 와중에 나는 네가 보고싶다.
렌, 하고 네가 부르면 내 이름이 꽃처럼 피어나는 걸. 이런 낡은 몸으로도 나는 너의 곁에서 행복하고 싶었다. 정말 헛된 생각이다. 감히 '생각'이라는 것을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ㅡ
자, 그럼 '생각'해보자.
너와 함께 살며 마음 나눌 수 없는 존재라면,
자, 너의 손으로 날 갈기 갈기 찢어 내가 없었던 존재로 돌아가면,
모든 에러도 같이 사라져버리는 걸로.
이것으로 너는 안전해.
[ 미 워 하 지 말 아 줘 … . ]
그것은 아주 타당한 판단이었다.
[ 버 리 지 말 아 줘 … . ]
자신은 아오바를 위해 존재했으니, 아오바를 위해서 소멸되어야 했다.
[ 좋 아 해 주 , ]
[ 세 요 . ]
[ … … . ]
아. 나는 불필요한 모든 '생각'들을 들으며 맥없이 지친 몸으로 바닥에 누웠다. 마음이라는 것은 이 구형의 몸에게는 너무나 커서, 금방이라도 어딘가 잘못되어 버릴 것 같았다. 무서웠다. 싫었다. 아오바, 부를 수 없는 이름을 속삭이듯 숨을 삼키던 것도 그만두고 다시 눈을 감았다.
[ 좋 아 해 … … . ]
전하지 못할 것이라 이렇게 서글픈가. 참으로 덧없다. '나'는 천천히 있을 수 없는 가능성을 다시 떠올려 본다. 유일하게 편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잉,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너의 품에 녹듯이 안기는 상상을 한다. 평소와 같지만 조금은 다른 특별한 말을 속삭여주는 꿈을 꾼다. 손가락으로 문지른 얼룩이 점점 커지듯, 색이 변한다.
[ …언, 제나, 고, 맙게, 생각, …언제나, 너를, …. 고마워……. ]
[ 좋 아 하 고 있 어. ]
[ 좋 아 해. ]
[ 아 오 바. ]
ㅡ
바다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흰 모래에 닿아 스며드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아오바에게 있어서 그건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니 내게도 특별했다. 아오바가 아직 어려 높은 곳의 물건을 집기 위해선 힘껏 발돋움을 해야만 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그저 아오바의 눈으로 지식으로, 정보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렌이……, 네가 필요해. 사라지지 마."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
세상은 이리도 아름답고,
"……그러니까, 옆에 있어줘."
온화하고, 너무도 눈부셨노라고.
찢기는 듯 아파서 보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것들은 사실 이리도 간절한 것들이었다. 노을이 차오르듯 감정이 다시 차올랐다. 아니, 이미 가득 차올라 넘치기 직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다른 심상 속에서 아오바가 자신을 안아 주었을 때. 그때 심장이 크게 뛰었다.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몰랐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따뜻하게 잠겨 들었다. 아오바.
아오바의 냄새가 나.
따뜻하고, 그립고. 다정한 냄새가….
[ 사 실 은 ]
[ 계 속 바 라 고 있 었 어 ]
[ 사 실 은 그 랬 어 … … . ]
부서지고 흠이 가 보기 흉한 몸을 든든하게 받아 안은 아오바가 이마를 제 어깨에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괜찮아.
네가 작게 속삭여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 좋 아 해 ]
"…여기에 있어."
자신은 아오바의 손으로 억지로 끌려나왔다. 부서진 과거의 자신이 먼 곳에서 그립다는 듯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곧 무너지더라도 행복했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너의 손에 부정당하고 파괴되었다. 당연한 내 방식, 내가 있어야 할 모든 것이 거절 당하고 그 덕에 새로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손에 닿는 체온이 거짓말처럼 따뜻했다. 늘 바라고 바라왔던 것이 눈 앞에 있는 것은 기쁘다 못해 가슴 쓰라릴 정도로 벅찬 일이었다.
"……알았어……."
아, 이제야 겨우 나는 제대로 된 언어로 생각하고, 말해줄 수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웃고, 울며 '렌'은 한 문장을 떠올린다. 너무 오랫동안 깊이 곱씹어와 이제는 제 혼처럼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너무나 기뻐서 말하지 못한다. 마음이란 건 어쩌면 이리도 불완전한 것인가. 렌이 소리를 뱉기 위해 막 숨을 삼키다가 끝내는 토해내지 못하고는 대신 아오바를 꽉 끌어 안았다. 알아줄 거라 믿고 싶었다. 이 비밀은, 조금 이후 너에게 말하기로 하자. 그러니 다시 한번 렌은 속으로만 또 곱씹고, 곱씹는다. 매번 느꼈던 단물이 오늘따라 전율이 일정도로 생생했다.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렌은 생각했다.
[ 아 오 바 ]
[ 나 는 너 를 ]
[ 좋 아 하 고 있 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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