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세님의 썰을 기반으로 떠올린 내용을 썼습니다... 사용 허락해주신 샤세님 감사합니다!!
유우키 마코토에게는 재능이 없다.
그것은 꽤나 명료하게 정리된 문장으로, 「오늘 하루는 유독 재수가 없어서 뭘 하든 안됐다」라는 것과 비슷한 빈도로 일어났다. 체감상 꽤 잦았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냥 바득바득 우기고 있을 뿐이지,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오늘은 또 특히 대단해서, 같은 타이밍에 움직여야 할 때에 반대로 움직인다던지, 가사를 씹는다든지, 턴에서 휘청해버린다든지. 실수 연발이라 잔뜩 굳어버린 몸이 그냥 날 죽여주세요하고 주장하듯이 멈춰버리곤 했다. 괜그 덕분에 트릭스타의 모두들은 늘 제 긴장을 풀어주는데 일정한 시간을 써야했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 달래는 말들과 응원하는 말들을 쭉 듣고나서야 겨우 거울 앞에 설 수 있었다. 마땅한 조명 아래가 아닌 땀투성이의 자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제 눈에도 분명했다.
큰일이었다. 얼굴 조차 이렇게 볼품없이 보인다면, 자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래서야 그 사람이 말한 것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무작정 쏟아붙여오는 그 독설을 떠오르자마자 눈 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은 기분에, 마코토는 아무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솔직히, 정말로 비참했다. 이게 그냥 엄살로 보인다면 그것대로 서글플 것 같았다.
ㅡ
세나 이즈미는 늘 심술궂은 말만 한다.
"유우 군. 재능 없으니까, 아이돌 같은 건 그만두지?"
"켁…."
"어라라, 표정이 왜 그런가 몰라~? 형, 상처 받겠는데~"
애초에 자신을 판단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도망쳐도 자꾸만 쫓아와서는 강제로 말들을 제 속에 쑤셔 넣는 것이다. 평상시엔 무심하게 굴던 그 시선이 유독 제 앞에만 서면 찌릿찌릿할 정도로 강해지곤 했다. 어린 기억 속의 세나 이즈미와 같으면서도 역시 달랐다. 아마, 자신이 달라진 탓이라 생각했다.
"따지자면…. 응, 역시 모델 쪽이랄까."
그냥 그 순간이 다인 것. 자신의 의사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꾸며져 있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있기만 하면 충분했던 시절이었다. 모델이라고 해서 훌륭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만을 계속 계속 먹어온 탓에 속이 뒤틀려 더이상 받아낼 수 없게 된 것 뿐이었다.
"형이 도와줄테니까, 응?"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고,
"어때?"
그런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아니야.
유우키 마코토는 언제나처럼 세나 이즈미를 밀어내고, 모른 척 하고, 혹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몸을 돌려 도망쳤다. 자신을 향해,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는 부분만을 보면서 사랑해주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유우 군.」
상냥하게 부르는 주제에, 가까이 있기만 해도 뭔가가 뜯겨 나갈 것 같았다. 그것은 버티기엔 지독했고, 이해하기엔 너무 깊었다.
세나 이즈미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무슨 말이든 심술궂게 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만큼 뭐든지 평균 이상으로 해냈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까다로웠지만 그가 고른 것 만큼은 진짜인 것이 많았다. 마코토는 그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만해요. 사실, 알고, 있어요, 이즈미 씨.
「내가 더, 잘하게 해줄 수 있어.」
「나만큼 유우 군을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즈미 씨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단 말이에요. 왜 매번 확인시키려고 해요. 왜 매번 날 살펴요. 왜 매번,
뒤에서 날 붙들어요.
ㅡ
…그래, 어쩐지 오늘 하루 일과가 잘 안 풀린다고 했어. 이번에야 말로 잘 될거야. 어린애처럼 아무거나 집히는 대로 변명과 자기 위로따위를 집어먹으며 버틸 때였다. 땀에 젖은 탓이었는지 바닥에서 쭈욱 미끄러졌다.
어.
주위에서 놀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손을 뻗어 잡을 만한 물건도, 기댈 벽도 없어서, 마코토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생각했다.
아. 정말…. 아무것도 안되는구나, 나…….
진짜 속상하다…….
ㅡ
결국 오늘의 연습은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했다. 열이 조금 있는 걸 보니,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못한 탓인데도 모두가 조금씩, 미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넸다. 차라리 그게 더 외로워서 어떻게든 변명해보려 했지만, 그러면 지금까지의 그 실수들을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제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날개 돋친 사람들의 곁에 있다보면 종종 이렇듯 가슴이 선뜩해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었다. 덩그러지 주저 앉아 멀어져가는 등을 보는 기분.
잠시의 시간 후, 마코토는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ㅡ
짐을 챙기고 나와보니 남은 멤버들은 조금 더 연습을 하겠다는 것 같았다. 신경쓰지말라는 말을 하도 많이 해서 저절로 말들이 완성될 지경이었다. 괜찮아? 데려다 줄까? 진짜로? 당장 업어다 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스바루를 말리고 나서야 겨우 나갈 수 있었다. 진짜로 괜찮아. 진짜로. 무슨 맹세라도 하듯이 몇 번이나 확인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그들은 겨우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거뒀다.
잠시, 멀뚱하게 서있던 마코토가 몸을 돌렸다. 모두가 트레이닝실에 들어가고, 연습을 시작함을 확인한 후에야 느릿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발목이 조금……아팠다.
절뚝.
이거 심하게 다친 건 아니겠지….
절뚝.
아냐, 아냐. 그렇게 심하게 아픈 건 아니니까. 진짜로.
절뚝.
그냥 좀… 놀란거겠지? 왁! 하고 놀라서 힘이 빠지고 그런거겠지? 아, 아니. 힘이 빠졌다기 보다는 굳어서? 응?
절뚝.
괜찮아…….
괜찮…….
"……."
손끝이 떨렸다. 이상하게 눈 앞이 뿌옇다가 돌아와서, 혹시나 진짜로 자신이 열이 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 안되겠어. 안되겠어! 화장실에라도 잠시 들릴까! 이 시간에 아무도 없을거고! 전세내게 생겼네!"
아이돌이란 건, 누군가의 사랑과 선망과 호의를 받고 그 보답으로 그들에게 꿈과 진심으로 되돌려주어야 했다. 무대에 선 순간부터 반짝거려야먄 그들의 눈에 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트릭스타는 기적처럼 그 모든 것들을 많은 이들과 함께 했었다. 떠오르기만해도 가슴이 들뜨고 몸이 뜨거워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이제 자신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행복하고 희열찬 그런…….
「유우군에게는 무리라니까.」
「나중에 돌이킬 수 없게 되기전에,」
「그냥 말 들어. 응?」
혼자 서기를 어제 시작한 아이한테도 이렇게나 집요하게 손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마코토는 세면대에 잠시 양 손을 대고 멍하게 버티고 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넘어지는 자신을 향했던 모두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꼭 마지막에는 세나 이즈미가 되었다.
그만해요. 나도 안다고요…….
세나 이즈미만큼 유우키 마코토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말하는 평가는 아마, 세간에서 자신을 보는 평가와 거의 일치할 것이었다.
괜찮아. 마코토는 물을 틀고 허리 숙여 세수했다. 그냥 잊어버리자. 아무래도 정말 열이나는 모양이야. 오늘은 정말 뭐든 안 되는 날이었고, 그런 날은 언제나 한번쯤은 있잖아.
이런 일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만 잘하면 돼.
만일 오늘처럼, 점점 더 심해지고,
더하면 걸림돌이,
되어버린다는 그런,
얘기가,
…….
하지만, 하지만, 그 이즈미 씨가 그렇게까지 해오는 건 내게도 뭔가 하나 있…….
짝!
"…읏, 따따따……."
약해질 뻔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대충 팔로 문질러 닦고는, 수도꼭지를 잠궜다. 온통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보여줄 사람도 없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다시 추스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는 다시 절뚝이며 밖으로 나갔다. 이제 정말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한 번 들떠버린 스바루나 호쿠토는 어지간하면 멈추지 않고, 마오도 못지 않은 노력파니까 아마 그들의 연습은 오래도 이어질 것이다. 그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그저 즐거워서, 그렇게 반짝일 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집에 가자. 부럽다는 생각은 그만하고. 어차피 포기하지도 않을거니까.
신발을 챙겨 신고, 너른 운동장을 걸었다. 연습실 창문을 올려다 볼 생각도 없이 그냥 땅을 보며 지익지익 걸었다.
유우키 마코토에겐 재능이 없다.
"유우 군?"
"어?"
오늘 하루는 유독 재수가 없어서 뭘 하든 안됐다.
눈이 마주쳤다.
ㅡ
마코토의 한쪽 볼이 불그스름하게 부어 올랐다는 걸 깨닫자 마자, 이즈미는 거의 달려오다시피 다가와 얼굴을 살폈다. 세게 잡아 채인 손목도 아팠다. 오늘은 사방에서 수난이구나, 마코토는 차라리 그냥 열이 확 올라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이나 했다. 이거 무슨 일이야? 누가 그랬어? 왜 이래? 뭐야? 단번에 페이스가 흐트러진 이즈미가 무섭게 물어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랬어요. 그냥 정신차리려고…. 그렇게 세게 안 때렸어요. 정말, 정말로요. 곧 원래대로 돌아올거고요……. …….
잔뜩 물먹은 솜처럼 지익 지익.
"…너, 아까 다리도 절었지."
비 오는 날의 맑음 인형처럼 추욱.
"…….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즈미 씨는 왜 이 시간에……."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하고."
"그게 뭐야……."
"뭐하다 이랬어."
"……."
"뭐하다 이랬냐고."
평소였으면 이것 저것 거짓말이라도 늘어 놓았겠지만, 이제 슬슬 한계였다. 남은 힘이 없었다.
"…그냥, 연습하다가……. 열이 나서요. 지금 상태가 정상이……."
"다른 멤버는."
"……연습 중……."
푹 숙인 고개로 웅얼거렸다. 세나 이즈미의 반응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당장 아이돌 그만 두라느니, 그러길래 내가 뭐랬냐느니, 재능. 재능. 재능.
푹 숙여진 고개며 어깨 탓에 평소보다 더 작아진 마코토는 그냥 이즈미가 자신에게 당장 폭언들을 쏟기만을 기다렸다. 이게 늘 같은 패턴이니 학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버리지 그래요. 나는,
"……그래."
"…?"
이미 다 각오 하고 있는,
"병원부터 좀 들리자."
"어?"
"그대로 집에 갈 생각이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아니……."
어라?
"그리고, 얼굴은 왜 때리냐고! 차라리 손으로 벽을 치던가!"
"아니, 그것도 저…. 꽤 아프거든요……."
꽉 붙들린 손목에서 힘이 점차 풀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살짝 앞으로 끌었다. 그것조차 조심스러운 동작이었다. 혹시나 자신이 앞으로 넘어질세라 온갖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 처럼.
"……."
유우키 마코토에게는 재능이 없다.
"너무 애쓰는 거 아니야."
"……."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세나 이즈미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했지만 지금만큼은 하지 않았다. 문득, 거짓말처럼 가슴 안쪽이 무언가로 뜨겁게 차올랐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저릿했다. 당신도 나도 알고 있는 그 사실이 괴로웠다. 자신도 막을 수없는 뭔가 때문에 눈앞이 가물어졌다. 이제 막 저물어가느라 햇빛도 그리 세지 않았지만, 유독 그 색이 너무 붉었던 탓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중에 또 이것 저것 말을 들어버릴지도 몰라. 겨우 이 정도로 약한 소리하는 걸 보니 이젠 내 재능이고 뭐고 잘못 봤다면서 가버릴지도 몰라…….
"다음부터는."
손목을 쥐어 끌고 있던 손이 스윽 풀린다 싶더니 이젠 아예 제 손을 꾹 붙잡아 끌었다. 세나 이즈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이상한 기분이라서, 마코토는 소리를 내는지 안 내는지 본인도 모를 정도로 오래, 오래 울음을 터뜨렸다. 이즈미가 평소같이 굴지 않은 탓이었다. 호흡이 잔뜩 떨렸다. 지금 길게 드리워지는 것이 그림자가 아니라 제 등에 돋아난 날개이기를. 소년은 오래 오래 속으로 빌었다.
제 손을 붙든 손이 무언가를 확인하듯 한 번 더 고쳐 쥐어왔다.
'앙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즈마코] 여름, 고집쟁이 당신. (0) | 2016.07.16 |
---|---|
[미카슈미카] 카게히라 미카에게 있어 구원이란. (0) | 2016.06.26 |
[리츠마오] 이면 (0) | 2016.06.12 |
[아라유즈] 좋아함의 공식 (0) | 2016.06.12 |
[이즈마코] 불면증 (0) | 201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