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아오] 버릇
*뎀디 3주년 기념으로 연성빵!
*주제는 (결혼 3주년 된 코우아오를 상상해서 코우자쿠의 시점으로 1시간으로 연성) 이었슴다 한시간 5분 걸렸습니다(치졸)
*땅콩님께 드리는 리퀘글입니다! ><)ㅇ
세라가키 아오바에겐 최근 몇 년전부터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겨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있거나, '뭔가'를 떠올릴 때 자신도 모르게 왼손 약지에 끼운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짓이었다. 살짝 초점이 흐린 눈으로 뭔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 마다 조금씩 반지를 더듬는 그 손끝은 언제까지고 가름하고 고울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어도 제 눈엔 여전히 어려 보이는 그는, 때마침 지금도 반지를 만지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제가 방에 들어와있는 것도 못 알아챌 정도였다. 어쩔 때는 예민할 정도로 감이 빠르다 싶더니, 이럴 때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서툴렀다. 이름이라도 불러볼까, 하다가 멈췄다.
얼마전에 새로 잘라준 머리카락. 깔끔한 뒷목을 자랑스럽게 보던 코우자쿠가 아주 작정이라도 한 듯 살금살금 걸어왔다. 이크, 발을 잘못 디뎌 삐끗하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 보이는 어깨가 움칫하고 움츠려들기 전에, 코우자쿠는 크게 걸음을 걸어 그에게 달려가듯 다가가 그가 돌아보기 직전에 끌어 안았다.
"우왁!? 어, 오, 코우자쿠?"
"무슨 생각하고 있길래 그렇게 못 알아채고 있어?"
"어? 아니, 몰래 살금살금 들어온 건 너잖아!"
"아닌데? 이름 불렀어."
"…어, …? 안 들렸는데……."
불렀어. 마음속으로 말이지.
코우자쿠가 짓궂은 아이처럼 웃으며 한아름 꽃다발을 안 듯 품에 꽉 차오는 아오바를 뒤에서 보듬어 안았다. 한 팔로 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아오바의 왼손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셨나요?"
아오바에게 생긴 최근의 버릇은 약 3년은 되었거나 그보다 조금 모자란 정도때부터 시작했겠거니, 하고 짐작 되었다. 사실 코우자쿠는 확신하고 있었다.
"…뭐, 아니. 그냥. 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야?"
"뭐야, 뭘 그렇게 집요하게 캐물어?"
"궁금하니까 그러지."
아오바에겐 습관이 있다. 그것은,
"그, 그냥 날씨 좋구나, 하고…. 그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있거나,
"하하."
뭔가를 떠올릴 때, 반지를 만지는 것.
코우자쿠가 살짝 구부러지듯 접혀진 아오바의 손가락에 입술을 눌렀다. 아까전부터 만지고 있어서인지 반지의 표면은 따뜻했다.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지는 듯 아오바가 어버버 하다가도 이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꿍얼거렸다. 어쩔 수 없으니 받아준다, 그런 의미의 말들이었다. 솔직하지 못한 마음이 체온을 통해 달콤하게 전해졌다.
코우자쿠는 무심코, 아. 행복하구나. 같은 진부한 생각을 했다.
"그렇지…. 오늘, 날씨 정말 좋아."
"……응. …저, 코우자쿠?"
"음?"
가만히 품에 안고 있으면 맞닿은 살이 따뜻했다. 아오바가 제 배 위에 올려진 코우자쿠의 손에 제 손등을 얹었다. 이번에 말문을 잃는 쪽은 코우자쿠였다. 아오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서와. 오늘도 수고했어요."
쑥스러운 듯 웃자 눈매가 갸름해진다. 코우자쿠는 멍하게 그 얼굴을 보다가 스며들듯 따라 웃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 ……기다려줘서 고마워. 다녀왔어."
ㅡ
오늘은 하루종일 같이 하기로 약속했기에 무리해서라도 오전에 일을 끝내두었다. 덕분에 오늘은 점심부터 쭉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왕이니 뭔가 사올까? 하고 물었으나 아오바는 끝내 자신이 대접하겠다며 거절했다. 최근 들어서 사먹는 것의 비중이 너무 늘었다면서, 몸에 안 좋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생활 깊숙히까지 간섭해주는 것이 솔직히 코우자쿠로서는 기뻤다. 덤으로 앞치마를 한 아오바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아오바는 남성이었지만 확실히 자신보다는 마릇한 체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뒷모습을 볼 때마다 설레는 구석이 있었다. 이제 아오바는 코우자쿠의 부엌에서도 제 집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편하게 필요한 것들을 꺼냈다. 달각달각,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정말 도와주지 않아도 돼?"
"엉. 얌전히 앉아 있어!"
"하하…. 이것 참."
신문이라도 보라며 건네 받았지만 영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코우자쿠는 난처하게 제 손에 들린 것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지금부터 차리고 있을지 몰랐다. 이대로 가다간 들킬지도 모르겠는데…….
"아ㅡ"
냉장고를 여는 소리가 들리는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운이 좋으면 그냥 넘어가려나? 싶은 순간, 아오바가 부시럭거리던 것을 멈췄다.
이크. 코우자쿠는 재빨리 신문을 펼쳐 얼굴을 가렸다.
"내가 아무것도 사오지 말랬잖아!"
"어…. 그건 아마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 않았을까……."
"내가 바보인지 알아? 어제만 해도 없었거든?"
"으으음……."
그렇구나. 이제는 세간살이 뭐 하나 움직이거나 생겨도 다 들켜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는 봐줘, 아오바."
신문을 내리고 앞을 보자 냉장고에서 막 꺼낸 듯한 케이크 상자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보는 이가 있었다. 코우자쿠가 그 따가운 시선을 받아 내다가 항복하듯 두 손을 펼쳐 보였다. 비무장 상태입니다, 봐주세요.
"…기념일이잖아."
"……. 으음."
"케이크 정도인데. 응?"
"……. 라고 말하면서 이것도 있지?"
아오바가 돌아서더니 샴페인 병을 꺼냈다. 앗, 높은 찬장에 숨겨놔서 괜찮을 줄 알았다. 저것도 들켰을 줄은.
"보너스…같은 거지. 응, 세트?"
"괜히 이런 데에 돈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말했…."
"에이, 어떻게 그래. 아오바."
"……."
"중요한 날이잖아."
"…끄응."
난처한 얼굴로 샴페인 라벨을 들여다 보던 아오바가 무어라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우물거리다가 관뒀다. 그리고는 웃는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말려.'라고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자신은 아오바의 웃는 얼굴을 다 좋아하지만, 저 얼굴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다. 완고하던 고집이 사르르 풀리고 쑥스러운 듯, 솔직해지는 순간이었다.
"…고마워. 이따 먹자."
"응. 입에 맞았으면 좋겠어."
오늘은, 아오바가 제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살기로 정한 날로부터 딱 3년째 되는 날이었다. 1년은 꿈만 같고, 2년은 그림 같았지. 그럼 3년은 어떨까.
"역시 점심 만드는 거 도와줄래. 돕게 해줘."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 일어나 아오바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쪽으로 살짝 올려다보는 그 시선이 간지러워서, 코우자쿠는 제 연인에게 가볍게 입맞췄다. 이제 아오바도 어린 새가 모이를 받아 먹듯 꼭꼭 잘 받아 주었다. 너를 좋아해, 하고 말해주는 듯해서 가슴 안 쪽이 간지러웠다.
1년은 꿈만 같고, 2년은 그림 같았지.
3년은,
"…못 말려."
"응, 원래 그렇잖아? 아오바 한정으로, 언제나 난 고집쟁이니까."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3년은, 반짝반짝하고 빛나. 아오바. 너한텐 어떻게 보일지 나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ㅡ
점심은 간단한 가정식으로, 단촐하지만 깔끔하게 끝냈다. 아오바의 요리 솜씨는 날이 갈수록 나아져서 이젠 제법 모든 맛이 그들의 입맛에 맞았다. 오늘 있었던 일, 지금까지 있었던 일 따위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하다보니 식사 시간은 꽤 길었다. 특별한 날에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가 싶었지만, 아오바는 딱 이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아, 설거지는 내가 할게."
"뭐? 왜?"
"하게 해주라ㅡ."
"그런 게 어딨어?"
"요리는 거의 아오바가 했잖아? 그러니까 이건 내가 해야지."
매일 있는 투닥거림이었지만 지치지를 않았다. 코우자쿠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를 걷고 있었다. 아오바가 잔뜩 불만 있는 얼굴로 뭐라 하려던 때였다. 코우자쿠는 이번에도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오늘은, 네가 날 받아준 날이잖아."
"……."
"대접하게 해줘."
"…그런,"
"금방 끝날거야. 응? 기다리고 있어."
ㅡ
그날은 처음 고백하는 것처럼 떨리고, 그래서 눈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당시엔 열이 꽉 차서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었으나 지나가고 되짚어보면 미처 몰랐던 것들이 떠올랐다. 아마 아오바에게도 제 떨림이 전해졌었던 것 같다. 도망가고 싶다는 얼굴을 한 주제에 용케도 버티고 서서는, 코우자쿠의 말을 기다려 주었다.
다정한 사람.
너의 그런 점이 좋았다.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들뜬 마음은 언제나 부끄러웠지만 전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었다. 코우자쿠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준비해두었던 것을 아오바에게 보였다. 처음엔 뭔지 모르는 눈치를 하던 아오바가 이내 몸을 굳혔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생각했는데 실전으로 들어오니 다 엉켜서 엉망이었다. 아, 꼭 이럴 때 엉망이라니까. 자괴감으로 구겨지는 마음을 억지로 펴고는, 코우자쿠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코, 코우자쿠!?」
「부담스럽겠지만……. 미안, 아오바.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너…….」
사랑스러운 사람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주고 싶었다.
「……받아주지 않을래?」
너에게 감히 영원을 바치려 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같다.
「내 곁에서…, 쭉, 함께……」
「…있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한, 평생을…….」
ㅡ
흐르는 물에 식기를 씻으며, 코우자쿠는 이후 어떻게 할지를 머릿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조금 쉬다가 같이 쇼핑이라도 갈까, 전망이 좋은 공원이 좋을까, 아니면 조용한 곳으로 갈까. 무얼해도 기뻐해줄 사람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욕심은 풍선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아."
이미 다 씻은 식기를 한참이나 씻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코우자쿠는 당황하며 물을 껐다. 식기를 내려놓고, 물기를 닦은 후 코우자쿠는 고개를 돌렸다.
"아오바, 이후에는ㅡ"
그리고 또, 왼손 약지의 반지를 만지고 있는 아오바를 발견했다. 뭔가 들킨 사람처럼 움찔하던 그가 부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내렸다.
코우자쿠는 그것을 모른척해줬다.
"…왜, 왜?"
"아니야. 아무것도. 이후에 뭐할까?"
"아, 으음. 그러게."
"미리 계획 짜둘 걸 그랬나?"
"아냐, 아냐. 괜찮아. …자연스러운 게 좋잖아?"
세라가키 아오바에게는 3년전부터 생긴 습관이 있다.
"그래, 오늘은 쭉 함께…니까. 느긋하게 해도 돼."
그것은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만지는 것으로,
"사실, 오늘만 아니라…. 앞으로도 쭉 함께지만."
"……."
아무 생각 없이 있거나, 혹은,
'코우자쿠'를 생각해 줄 때마다. 그렇게 하곤 했다.
"…응!"
매일처럼 사랑에 빠지고, 흐를수록 깊어지는 것이 있었다. 아오바는 순간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 주어서… 코우자쿠는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
소년처럼 또 가슴이 뛰고,
남자처럼 설레고 마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리라. 코우자쿠는 충분히, 아니, 분에 넘치게 행복했다.